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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패왕별희' 경극 선보인다

기사제공 : 대한민국중국경제신문
승인 19-03-14 10:41 | 최종수정 19-03-14 10:41  
 

중국 춘추전국시대, 회왕은 제후들에게 약속한다. 함양에 먼저 입성한 자를 왕으로 삼기로. 전쟁의 신 항우가 있는 초나라는 북에서, 유방이 일으킨 한나라는 남에서 진군한다. 

항우에게 패한 뒤 목숨을 구걸해 살아남은 유방은 책사 장량의 조언을 듣고 승기를 잡아간다. 십면매복, 사면초가 등 다양한 병법과 전술로 전투에서 이긴다. 항우의 연인 우희는 패전의 기색이 짙어진 항우를 도울 방법을 찾지만 쉽지 않다. 

초나라 패왕 항우와 그의 연인 우희의 마지막 이별 장면을 그린 ‘패왕별희’. 장궈룽(1956~2003) 주연 영화 '패왕별희'(1993·감독 천카이거)로 잘 알려져 있다.

경극 '패왕별희'는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항우본기를 근간으로 삼는다. 춘추전국시대 한나라와 초나라의 전쟁, 초패왕 항우와 한황제 유방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경극의 서사는 초한전쟁에서 패하고 자결하는 영웅 항우와 연인 우희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국립창극단이 4월 5~14일 장충동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창극 '패왕별희'는 경극의 서사를 따라간다. 다른 문화권의 전통도 품을 수 있는 창극의 가능성을 톺아보는 자리.

작창·음악감독인 이자람은 12일 JW메리어트호텔 동대문에서 창극과 경극의 만남에 관해 "아직 나아가는 것인지 커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달라지는 효과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경극은 배우의 손끝 하나로 세상을 표현한다. 제스처,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만큼 시각적이고 구체적이다. 반면, 창극은 소리 하나로 온 세상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판소리의 창과 아니리, 국악기들의 합주로 만드는 음악 중심의 청각 경험이 중요하다. 

창극 '패왕별희'는 시각 중심인 경극의 강점과 청각 중심인 창극의 강점이 한 작품에서 융합된다. 이자람은 "제가 차라리 배우였으면 했어요. 소리를 할 때와 달리 경극에서 오래 양식화된 동작을 배우들이 몸으로 익히고 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밖에서 구경하는데도 배우들에게서 발생하는 무엇이 느껴져요. 몸으로서 느끼는 배우들이 부럽죠"라며 웃었다. "이렇게 공연을 하고 나서 (보통의) 창극을 하면 심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몸으로 소리로 경험하는 경험치가 쌓여 있을 테니까요."

'적벽가'를 비롯한 판소리 다섯마당을 기본 레퍼런스로 삼았다. 하지만 대본이 주는 느낌과 인상에 따라 작창 작업을 하고 있다. 일부 곡은 직접 만든다. 경극의 표현법을 익힌 창극 배우의 몸짓과 해석이 음악과 만났을 때, 경극을 품은 창극의 음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다. 

이자람은 "'창극이란 무엇일까'라고 생각해요. 경극과 창극이 만날 때 ‘음악의 구실은 무엇일까’라는 숙제을 안고 있죠"라고 한다. 
  
 "결국 경극도 중국의 전통으로부터 자라온 커다란 역사의 문화인 것 같고, 창극 역시 판소리에 뿌리를 두고 자라나는 하나의 문화죠. 두 개의 문화가 잘 만나려면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해요. 소리를 짜낼 때 다섯바탕의 뿌리를 레퍼런스로 삼고 작창하는 이유죠. 물론 텍스트가 주는 것에도 영향을 받아, 두 가지의 밸런스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편제' 등 뮤지컬과 '아마도이자람밴드' 같은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종합예술인인 이자람은 경극을 평양냉면에 비유하며 "처음에는 그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니 과연 그 안에 아름다움이 있더라고요. 경극에는 응집된 미학이 있어요. 왜 뛰어다니기만 하는 것을 전쟁이라 하는지 의아했는데 그 움직임에 구도와 규칙이 있더라고요. 오래 갈고 닦은 역사의 멋과 전통을 느겼죠. 제가 판소리를 좋아해서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에 그 맛을 전해줘야지’라는 생각을 하거든든요. 경극도 그런 마음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창극의 대본을 쓰고 안무까지 맡은 린슈웨이 작가는 이자람이 "소녀처럼 보이는 감독지만, 산을 뽑을 만한 힘과 세상을 덮을 만한 기개를 지닌 패왕을 음악적으로 그려낸 분"이라면서 "우희같은 시대의 미녀상도 그릴 수 있는 분이기도 하다"고 추어올렸다.

이번 공연은 타이완 국적의 우싱궈가 연출한다. 50년간 경극을 수련하고 연기해온 배우이기도 하다. 1986년 대만당대전기극장을 창설해 경극을 바탕으로 한 현대극을 제작해왔다.

변화를 모색하는 예술 활동이 전통을 배격한다는 이유로 경극계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장이머우·쉬커 등 동료 예술가들의 신뢰와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번 창극의 변화도 그래서 기대를 모은다. 우싱궈 연출은 "경극은 표현 방식이 다양하다. 기존에 소리에 치중이 되는 창극의 청각적 감동에 경극이 가미됨으로써 청각과 시각이 만나는 기회가 주어졌다"면서 "안에서부터 외적으로 표현되는 어려운 방식인데, 이것이 구현이 됐을 때 동양문화에 빛이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극 '패왕별희'에는 항우가 유방을 놓쳐 패전의 원인이 된 '홍문연' 장면을 추가했다. 항우의 책사 범증이 함정을 만들어 연회에서 유방을 죽이려 하자 공정한 승부가 아니라며 항우는 이를 물리친다. 그 사이 유방은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다. 홍문에서 열린 연회라고 홍문연이다. 

경극에는 없는 장면이다. 린슈웨이 작가는 항우와 우희가 이별하고 자결하는 '패왕별희' 장면이 왜 슬픈지 중국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판단, 이 장면을 추가했다. 

린슈웨이 작가는 "어떻게 하면 전통적인 이야기를 현대에 올릴수 있을 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중국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인물을 무대 위에 올려, 한국의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절세 미녀 우희 역을 남자배우가 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실제 경극 '패왕별희'에서도 용모가 뛰어난 메이란팡(梅蘭芳)이 우희를 연기한다.

 '국악계의 아이돌 스타'로 통하는 국립창극단 단원이자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에서도 절세미녀 '헬레네', 창극 '내 이름은 사방지'에서 매혹적인 '사방지'를 연기한 남자 소리꾼 김준수가 이번에 우희를 연기해 눈길을 끈다. 
  
초나라의 항우 역은 정보권(객원배우), 책사 범증은 허종열이 맡았다. 한나라의 개국 황제가 되는 유방 역은 윤석안, 부인 여치는 이연주, 책사 장량은 유태평양이 연기한다. 새롭게 추가된 주요 인물인 맹인노파는 국립창극단 중견배우 김금미가 담당한다. 의상디자인은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예진텐이 책임진다. 영화 '와호장룡'으로 제73회 아카데미 미술상을 수상했다. 

이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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